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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안은 잘 사는 집안도 아니며 친척이 외국에 있는 것 조차 아닙니다. 외국에서 한 번이라도 살아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외국에 사는 사람들은 주위 친척, 부모가 그 나라 시민권자, 영주권자라던가, 그 나라 사업한다던가, 부모의 이민으로 따라 왔다던가, 집이 잘 살아서 유학 갔는데 거기 눌러 앉았다던가, 남편이나 아내가 해당 국가 영주권자 시민권자라서 오게 되었다던가 하는 이런 케이스가 사실상 80%이상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저는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저는 경북 시골에서 자랐고 크면서 구미로 갔다가 대학은 서울로 가게된 케이스입니다. 뭐 가난한 집안도 아니고 넉넉한 집안도 아니였고, 서울에서 대학다니는 내내 알바하면서 살던 그런 학생이였습니다.
제 인생에 전환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군대 가기 직전 영국 어학연수에서 경험했던 것들입니다. 저는 1학년 1학기 때 영어 한 마디도 못했기 때문에 일부러 교환학생들이 주로듣는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들었고 거기에 있는 외국애들한테 막 말 걸면서 영어가 는 케이스 입니다.
외국인 교수가 진행하는 영어 수업은 특성상 영어로 PPT도 많이하고 외국애들이랑 얘기 할 일이 많다보니 그때 영어가 급속도로 늘었습니다.
아무튼 대학교 1학년 1학기 때 학점을 4.0이상을 받아가지고 학교에서 외국 어학연수 1달 보내주는 프로그램에 합격해서 가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일부로 영어를 늘리려고 한국 사람들이랑 안 다니고 외국애들이랑 다녔는데, 그 친구들이랑 놀면서 저는 좀 충격을 많이 받았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다들 고등학교 얘기를 하는데, 나는 첼로를 했고, 농구 대표로 뛰었어, 나는 그때 여자 꼬시려고 하우스 파티 갔어 하면서 썰을 풀고,
애들이 수업을 끝나면 전부 해변가를 가서 선크림 바르고 태닝을 하더군요...
걔네들은 그냥 어릴 때부터 그런 삶을 살더군요...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 모르겠지만, 저는 초중학교때 계속 학교 끝나면 학원 해서 밤 10시에 오고 고등학교때는 8시 학교가서 밤 10시에 오고 그랬습니다.
공부도 되게 열심히 했었구요.
그런데 그 친구들한테 제 얘기를 해주니 애들이 충격이라면서 그러더군요. 자기는 절대 그 짓 못한다고.
이 친구들은 8시 학교가서 1시 또는 3시에 학교에 옵니다. 진짜 빨리 끝나면 12시에 온대요.. 밤 12시가 아니고 낮 12시요...초등학생이 아니고 고등학생이요
그러고 난 뒤에 이 친구들은 같이 해변가를 가기도 하고 청소년들이 가는 파티클럽 이런 곳 가서 플라스틱컵에 스프라이트 부어서 마시면서 음악 틀어놓고 논다고 하더군요.. (할리우드 10대들 노는거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는 할리우드 틴에이저 영화에서의 삶이 진짜로 얘네들 삶일 줄은 생각 못했습니다. 뭐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과장되긴 해도 전체적으로 노는 문화나 공부문화는 같더라구요..
반면 꽃보다 남자, 상속자들의 고딩생활이 한국 고등학교와 전혀 다르지요..
아무튼 이런 충격을 받고 나서 저는 외국에서 한 번 일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군대를 다녀오고 4학년 졸업학기 되서 월드잡을 통해 미국 취업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거긴 한인기업이였고, 문과생인 저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세일즈 회사에 다녔는데..
미국 사시는 분들 아시죠? 한인 세일즈 기업은 악명이 높습니다. 야근을 해도 제대로 돈을 안주는 악덕기업도 있고 실적 안나오면 진짜 바로 잘라버립니다.
저는 차가 없다보니 인바운드 세일즈를 했는데, 한인 세일즈는 뷰티서플라이 (가발) 직종 특성상 흑인이 많습니다.
왠만한 영어는 제가 다 알아듣는데, 흑인들이 흑인 특유의 악센트를 강하게 넣어 말하는 걸 알아듣기 너무 힘들더군요.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도 1년 버티니까 회사에서 정식 취업비자 H1b를 지원을 해주었는데, 미국에서 유학하신 분들 다 아시겠지만, 기본적으로 이건 추첨식이며 단 30%만이 합격을 합니다.
더군다나 STEM 전공(이과계통)을 우대하며 미국 대학원을 나온 사람은 확률이 50%까지 높아집니다. 학사출신은 20% 정도라는 것이지요.
저는 문과에다 한국에서 대학을 나왔기에 극히 낮은 확률이였고 (로터리 당첨되도 심사에서 떨어질 수 있는) 결국 떨어졌습니다.
선택지는 2가지가 있었습니다. 한국에 가느냐 학생비자로 버티며 캐쉬 받으며 일하느냐 (미국에서 학생비자로 일하는거는 불법입니다) 고민했습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학생비자로 버티며 영주권을 도전하지만, 운이 좋으면 3~5년, 재수 없으면 10년 넘게 해도 못 받다가 불체자로 가는 경우가 많아서 저는 포기하고 한국을 갔습니다.
대부분의 제 대학동기들은 이제 취업을 했는데, 거의 90%가 공기업 / 대기업 / 공무원 / 은행 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서울 중상위권 경영대를 졸업했습니다)
저는 남들처럼 NCS나 에듀윌을 듣느냐, 아니면 다시 또 외국으로 도전을 하느냐를 고민하다가, 결국 그냥 다시 외국으로 가는 길을 택했고 그게 바로 독일이였습니다.
워홀비자로 와서 한국 중소기업에 취직했는데, 이게 말이 중소기업이지 그냥 노가다 하는 곳이였습니다. 뭐 기업문화가 나쁘거나 사람들이 나쁜 건 없는데 그냥 하는 일이 막일이였습니다.
미국에서는 영어를 그래도 꽤하다보니 한인기업을 가도 영어를 쓰는 포지션으로 갔는데, 제가 독일에선 독일어를 못하다보니 진짜 거의 막노동일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인종차별 때매 힘들었겠다 가족이 보고싶어서 힘들었겠다 하시는데 저는 정작 인종차별은 느끼지도 못했고, 독일사람들은 다 좋았고 부모님과 매주 영상통화하고 매년마다 방문해서 크게 문제가 없었습니다.
정말 힘들었던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믿었던 한국사람들의 배신이 있었습니다. 저한테 친절하게 다 챙겨주고 하던 사람이 알고보니 뒤에서 날 씹고 있다던가, 사기를 치려 한다던가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또한 저는 학교 다닐 때 공부도 열심히 해서 나름 상위권 대학 가고 제 대학 선후배 동기들이 다 한국에서 괜찮다 하는 직장에 들어갔는데 제가 노가다하고 테잎질 하는게 과연 맞나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부모님과 친구들은 제가 대단한 일을 한다고 생각할 때가 참 부끄러웠습니다. 부모님은 아들이 외국에서 대단한 일을 한다고 동네방네 자랑하시는데,, 쩝..
그래도 독일에서 워홀비자 끝나니까 회사에서 노동비자로 바꿔주었고, 2년 버티니까 이직 가능한 노동비자가 나와서, 독일 기업에 잠깐 이직했었습니다. 독일어는 조금 할 수 있는 정도였고 독일 소규모 회사인데 한국거래처가 많아서 절 뽑았답니다.
근데 제가 독일어를 나름 이제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으나 회사에서 독일어로 일하려니 너무 힘에 부쳤고, 회사내에서도 평가가 좋지 않아서 다시 한국기업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점은 전 회사에서는 진짜 테잎질하고 무거운거 싣고 하는 노가다를 했다면 이제는 오피스에서 일하고 돈도 그 전보다는 많이 받는다는 점? 그게 좋았습니다.
그리고 요 근래 대학 동기들이랑 통화하다 보면 코로나 때문에 매일 야근하는 공무원 친구, 민원인 때문에 탈모온 공기업 다니는 친구, 대기업 실적 압박에 너무 힘들어 하는 친구..
이런 친구들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닥 내 선택이 나쁘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한국이 더 좋다 독일이 더 좋다. 그런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독일이 더 좋아서 남아있는 것이고 독일에 살지만 저는 그래도 가슴속에 애국심을 항상 가지고 다니고 독일 사람들한테 항상 코리안맨이라고 당당히 말합니다.
간혹 댓글에 나도 해외에 가고 싶다. 지금 회사 생활 너무 힘들어서 다 때려치고 가고싶다 하시는 분들 있는데,
뭐 만으로 30이하면 (생일 안 지난 90년생까지) 호주, 캐나다, 독일, 스페인 아일랜드, 영국 등등 워홀 다 넣으실 수 있구요 (호주만 워홀 있는거 아닙니다. 저도 첨에 호주만 있는 줄 알았어요 ㅋㅋ)
만 30넘으셨으면 모은 돈으로 어학원이나 싼 컬리지 같은 곳 다니면서 한인회사 찾으시면 됩니다. 탈조선 하려면 할 방법은 많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탈조선을 선택하신 이상 많은 것을 포기하셔야 합니다. 저 역시 그 동안 한국에서 고생고생해 들어간 대학 타이틀, 자존심, 이런거 다 버리고 왔습니다. 내 친구는 XX은행에 대리로 있는데,
내 친구는 지금 벌써 8급 달고 그러는데, 내 친구는 이번에 과장 달았다던데..
이런 걸 다 포기하고 오는 겁니다. 여러분이 특별한 기술이 있지 않은 이상은 한인기업 가셔서 몸쓰고 스트레스 받는 일을 하셔야 되고, 공대생이면 그나마 길이 좀 있겠지만 문과는 진짜 걍 몸으로 때워야 합니다.
쉽게 말해 제가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고 한들 미국 맨하탄 거지보다는 영어를 못하는건 사실이니깐요.
요즘은 빨리 영주권까지 따서 복지혜택 냠냠하고 싶습니다. 지금 만나는 여자친구가 영주권 못따면 내가 결혼해서 따게 해줄게 하는데 빈말인거 알지만 고맙더군요. 물론 이 친구랑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내일은 진짜로 유럽, 남미 성문화에 대해 적겠습니다.
많은 추천 바랍니다.